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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작은 빠알간 미니 케이블카가 미끄러지듯 다가와선다. 기차에서 막 내린 사람들이 총총 걸음으로 푸니콜라레(Funicolare)라 불리는이 승강기에 오른다. 아래로 움브리아 주의 초록빛 언덕배기들이 펼쳐지고, 2~3분쯤 지났을까, 어느 새 푸니콜라레가 멈춰선 오르비에토시가지 입구엔 앙증맞은 노란 미니버스가 시간 맞춰 대기하고 있다. 글 이영길 기자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96km떨어진 곳, 움브리아 주의끝없는 구릉을 지나 해발고도 195미터의 언덕에 오르비에토가 자리잡고있다. 오르비에토는 라틴어로 UrbsVetus‘, 고대 도시’라는 뜻. 높은 언덕에 도시를 건설하고 성벽을 두르던고대 에트루리아인들의 역사(기원 전9~8세기)에서 비롯된다.

수직으로 솟은 화산암 암반 위를둘러싼 성벽은 요새처럼 견고하다.그래서일까, 독일의 카를 5세가 1527년 로마를 침략, 약탈했을 때 교황 클레멘스 7세가 도피하여 피신한 곳이오르비에토다. 교황은 오르비에토가포위될 경우를 대비해 깊이 62미터나 되는 우물, 포쪼 디 산 트리찌오(Pozzo di S.Patrizion/성 패트릭의 우물)를 팠는데, 올라오는 계단과 내려오는 계단이 따로 있어 혼잡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곳곳에 중세의 건축물과 거리가 그대로 보존된 이곳엔 1290년 건축을시작한 고딕 양식의 대성당, 두오모가 엄청난 규모를 드러내며 관광객들을 맞는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두오모 위를 떠받치고 바람을따라 흐르면, 마치 하늘 호수가 공중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세밀한 조각들과 다채로운 대리석으로 빛나는 그화려한 위용에 눈이 멀 지경이다. 두오모 광장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언제그랬냐는 듯 운치 있는 고요의 거리가 미로처럼 얽혀 있다.

작은 미니버스만이 좁은 골목길을누빌 뿐, 이곳에서 다른 대중교통의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오르비에토에는 아직도 발굴 중인 지하 동굴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화산암을 인공적으로 파서 만든1,200여 개의 동굴은 3천 여 년의 역사를 갖고 미로처럼 뻗어 있는데 갱도와 우물, 물탱크, 계단, 저장실 등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신비를 안고잠들어 있다. 동굴은 도시가 포위되었을 때 탈출을 위한 훌륭한 비밀통로의 역할을 해주며, 와인저장에 최적인 12~13도를 늘 유지하고 있다.현재 3분의 1정도만 발굴된 동굴의대부분은 와인의 개인 저장고로 십분활용되고 있다.

오르비에토의 이름난 지역 특산품은 바로 화이트 와인. 중세의 숨결이그대로 느껴지는 길목‘에노테카(포도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마다 화이트 와인을 찾는 관광객들로북적거린다. 몇 백 년은 묵은 듯한 두터운 외벽 아래 고풍스런 상점들이손짓하는 골목들은 어디서나 그림엽서처럼 산뜻하다.

오는 6월 28일, 이곳에서 국제 슬로시티 연맹의 회합이 열린다. 슬로시티 운동의 선봉장이며 슬로시티 국제연맹 본부가 있는 도시. 그 이름에걸맞게 과연 옛 것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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